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오랫동안 기억되어온 명왕성(Pluto).
1980~90년대를 학창 시절로 보낸 이들에게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는 외우기 쉬운 행성 순서의 마지막 이름으로 익숙합니다.
하지만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명왕성을 공식적으로 ‘행성’ 지위에서 제외하며,
명왕성은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재분류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천문학계는 물론,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큰 논란과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명왕성은 왜 행성에서 제외되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명왕성의 발견부터 지위 변경의 역사,
국제천문연맹과 NASA의 입장 차이, 그리고 현재 명왕성 연구의 방향성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명왕성의 발견: 태양계의 미스터리한 끝자락
✔ 발견 경위
- 발견자: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 미국 천문학자
- 발견 연도: 1930년
- 발견 배경: 해왕성 바깥에 중력 영향을 주는 ‘행성 X’를 찾던 중 명왕성 발견
당시에는 명왕성의 크기와 질량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망원경 기술의 한계로 인해 실제보다 훨씬 큰 것으로 오해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으로 분류되었고,
70여 년간 그렇게 인식되어 왔습니다.
2. 행성에서 제외된 결정적 이유는?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은 행성의 정의를 새롭게 규정하면서,
명왕성의 지위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합니다.
✔ 2006년 IAU의 '행성' 3가지 기준
IAU는 행성을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천체로 정의했습니다:
-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 자기 중력으로 둥근(정역학적 평형) 형태를 유지한다.
- 공전 궤도 주변을 ‘청소’했다. (즉, 궤도 내에 다른 큰 천체가 없어야 함)
명왕성은 1번과 2번 조건은 만족했지만,
3번 조건에서 탈락했습니다.
✔ 궤도 주변 청소 실패
- 명왕성의 공전 궤도는 해왕성과 겹치고,
- 궤도 내에 수많은 카이퍼 벨트(Kuiper Belt) 천체들이 존재
- 따라서 ‘자신의 궤도를 지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행성 자격 박탈
이 결정으로 명왕성은 **‘왜소행성(dwarf planet)’**이라는 새로운 범주에 속하게 되었고,
같은 시기에 발견된 에리스(Eris), 하우메아(Haumea), 마케마케(Makemake) 등과 함께 분류되었습니다.
3. NASA와 천문학자들의 엇갈린 입장
IAU의 공식 결정과 달리, 일부 천문학자들과 NASA 내부 연구자들은
명왕성을 여전히 ‘행성’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NASA의 대표적 반대 입장
- 앨런 스턴(Alan Stern) 박사 – NASA 뉴허라이즌스(New Horizons) 미션 수석 연구원
- 그는 명왕성을 탐사한 후, 명왕성은 복잡한 대기, 위성계, 내부 지열 등 행성에 부합하는 특징을 충분히 가진다고 주장
- 실제로 뉴허라이즌스 탐사 이후 명왕성에 대한 재평가 목소리가 커짐
✔ 학계 내 논쟁
- 일부 천문학자들은 “3번째 조건(궤도 청소)은 모호하다”고 주장
- 예: 지구조차 소행성과 미소 운석이 존재함 → 궤도를 완전히 청소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
결과적으로, 과학계 내에서도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4. 명왕성은 ‘작지만 강한’ 행성이다?
2006년 지위 박탈 이후, 2015년 NASA의 뉴허라이즌스 탐사선이 명왕성을 근접 관측하면서
명왕성에 대한 시각은 다시 한 번 크게 바뀌게 됩니다.
✔ 뉴허라이즌스의 주요 발견
- 대기 존재 확인: 질소 기반 희박한 대기, 박하색 하늘
- 빙하와 산맥: 얼음으로 뒤덮인 평야, 3,000m급 산맥 존재
- 지질 활동: 지표에 충돌구 대신 활동 흔적 존재 → 내부 열 존재 추정
- 위성계: 총 5개의 위성 보유 (가장 큰 위성: 카론, Charon)
이러한 발견은 명왕성이 단순한 작은 얼음덩어리가 아니라,
지질적으로 활발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가진 행성적 성격을 띤 천체임을 보여주었습니다.
5. 명왕성 제외 결정이 남긴 의미와 후속 변화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한 사건은 단지 한 천체의 지위 변화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는 천문학 전체의 분류 체계, 교육 방식, 대중 인식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 학계 측면
- 왜소행성 개념 확립
- 카이퍼 벨트와 외태양계 연구의 촉진
- 행성과 유사하지만 다른 다양한 천체 탐색 계기 제공
✔ 대중적 측면
- 명왕성을 향한 동정 여론 형성 (“Pluto deserves better!”)
- 미국 일부 주에서는 명왕성을 ‘공식 행성’으로 인정하는 법안 제출
- NASA의 홍보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
6. 앞으로 명왕성은 어떻게 연구될까?
✔ 후속 탐사 계획
- 현재까지 명왕성을 근접 탐사한 것은 뉴허라이즌스(New Horizons) 단 1기
- NASA는 2030년대 이후 명왕성 궤도에 장기 탐사선 투입 계획을 검토 중
- 대기, 표면 변화, 위성계 관측을 위한 정지 궤도 탐사 미션 가능성 있음
✔ 학문적 가치
- 외태양계 얼음 천체들의 기원과 진화 과정 연구의 열쇠
- 외계 행성계(Exoplanet System) 이해에도 활용 가능
- ‘소형 행성의 활성화된 내부’에 대한 새로운 이론 제시
결론: 명왕성은 비록 작지만, 여전히 강렬한 존재다
명왕성은 더 이상 태양계의 ‘공식 행성’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과학적 가치와 인류의 감정적 애착은 여전히 크고 깊습니다.
행성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명왕성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행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분류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알고자 하는가 아닌가?”
2026년 현재도 명왕성을 둘러싼 논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고 외로운 이 천체는,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논쟁적인 ‘별’**일지도 모릅니다.